2007/10/07 18:10
호랑이와 눈 (The Tiger And The Snow, La Tigre E La Neve / 2005)
2007/10/07 18:10 in CULTURE/Movies

감독 : 로베르토 베니니
출연 : 로베르토 베니니, 장 르노, 니콜레타 브라스치
추석 연휴 관람 시리즈 첫 번째.
사전 정보 없이 봤는데... 경악스러웠던 [피노키오]의 악몽을 일신하고 다시금 [인생은 아름다워]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로베르토 베니니의 기세를 발휘한 영화다. 아닌말로 [인생은 아름다워]의 속편으로 봐도 큰 문제가 없을듯. [인생은 아름다워]가 아들에 대한 사랑이라면, [호랑이와 눈]은 사모하는 여성에 대한 사랑이라는 차이가 있다.
[호랑이와 눈]이 [인생은 아름다워]와 차이가 있다면 -놀랍게도- 듬성듬성 깔아놓은 복선을 통해 후반부에 한꺼번에 풀어내는 독특한 형태의 구성. 로베르토 베니니가 연기하는 아틸리오가 딱 그의 전형적인 캐럭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 내내 수긍이 안가는 구석이 조금씩 남아 있는데 그것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풀리는 구성은 좀 완급이긴 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점이 어느정도 [인생은 아름다워]의 동어반복같아 보이는 맹점을 극복했다.
문학에 대한 예찬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시인들이라는 캐릭터도 독특한 매력을 준다. 두 딸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시인이 되었나를 알려주는 아틸리오의 모습, 약의 제조법을 알아내기 위해 바그다드의 약사에게 간절한 표정으로 애걸하는 모습은 정말 찡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물론 아틸리오의 꿈에서 프로이드 박사와 함께 등장하는 친구의 모습처럼 개그의 극치를 달리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중반에서 정말 바그다드의 전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타의로 끌려간 홀로코스트의 수용소가 아닌, 자의로 들어간 중동의 전장이기에 설득력은 무척 떨어지는 편.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이기에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이 엄청난 코메디가 된다.
물론 시한폭탄 같은 위험이 산재한 바그다드라해도 베니니의 낙천성을 깰 수는 없다. 아들에게 유태인 수용소를 재미난 놀이터로 바꿔줬던 그답게, 바그다드의 적지도 '어쨌든 사람 사는 곳이고 희망이 있는 곳'으로 바꿔 버린다. 세간의 평처럼 현실에 대한 개념없는 이죽거림이라는 원성을 들을만한 구석도 있지만, 베니니의 영화를 다큐멘터리적인 반영으로 보려는 것 자체가 좀 오버아닌가. 차라리 그 낙천성을 즐기는 것이 더 나은 관람 방법 아닐런지.
물론 이 모든 낙천성의 근원에는 목표가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천진한 아들의 꿈을 깨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면, [호랑이와 눈]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진 사랑하는 여인이 바로 그 목표이다.
말도 안되는 상황을 몸으로 몰아붙이며 해결하는 아틸리오의 모습은 분명 답답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영화적 우연에 의지하는 바가 없지 않아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란 영화에 대해 같은 이유로 거부감을 느꼈다면 [호랑이와 눈]에서는 그 느낌이 증폭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실제적인 배경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그렇기에 [호랑이와 눈]은 더더욱 베니니다운 영화다. 나에게는 위에서 말한 복선이라던지, 그 기나긴 에필로그의 뒤안에 오는 흐뭇한 느낌과 해결이 보이는 듯한 결말때문에 썩 맘에 들었다. [피노키오]에 대한 실망이 커서 거부감도 좀 있었지만, 역시 그의 본령은 이런 분야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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