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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0 00:37

블랙 스네이크 모운 (Black Snake Moan / 2007)

감독 : 크레이그 브루워
주연 : 사무엘 L 잭슨, 크리스티나 리치, 저스틴 팀버레이크

일단 포스터부터 보면 사무엘 잭슨이 거의 벗다시피한 크리스티나 리치를 쇠사슬로 묶고 있다. 실제 내용도 비슷하다. 이 영화에서 리치는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비롯해 두 세명의 남자와 섹스를 벌이고, 잭슨은 그런 리치를 쇠사슬로 묶어서 집안에 감금해 놓는다. 리치는 쇠사슬에 묶인채 팬티 차림으로 잭슨을 유혹한다.


첫 인상으로 보자면 X 등급이나 NC-17 등급을 받아야 마땅할 SM형 도색물 내지는 '완전한 사육' 분위기의 일본 AV 같아 뵌다. 하지만 잠간. 이 영화 [블랙 스네이크 모운]의 감독은 크레이그 브루워다.  마약 딜러와 매춘, 폭력으로 점철된 배경이지만 그 가운데서 밑바닥 하류인생들이 다시 꿈을 갖고 더듬더듬 일어나는 따뜻한 과정을 그렸던 영화 [허슬 앤 플로우]를 만들었던 바로 그 감독말이다. 크리스티나 리치의 누드보다 더 끌렸던 것은 [블랙 스네이크 모운]이 크레이그 브루워의 두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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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쪽쪽...오우 베이비. 하악하악..' 이게 첫 장면이다.

블루스 뮤지션 손 하우스의 사랑에 대한 독백이 잠시 지나간 뒤 영화는 꽤나 농도짙은 로니(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레이(크리스티나 리치)의 섹스신으로 시작된다. 연인인 두 사람. 하지만 로니는 곧 군입대로 떠날 예정이다. 뭔가 불안한 두 사람. 소심해 보이는 로니는 뭔가 정신성 외상을 입은듯 하고, 레이 역시 떠나는 로니를 절박하게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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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위를 걷는듯한 두 연인

하지만 결국 로니는 떠나버리고... 그러자 연이어지는 것은 갑자기 다른 동네 친구와 섹스를 하는 레이의 어처구니 없는 장면. 그러나 이 장면즈음에 이르러서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레이는 남자만 보면 섹스 하기를 열망하는 정신장애에 걸린 상태다. 버팀목이었던 로니가 떠나버리자 그녀는 폭주해버리고, 그나마 믿었던 로니의 친구 길 역시 그녀에게 덤비려 하다가 잘 되지 않자 그녀를 폭행하고 길에 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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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 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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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를 발견하는 라자루스

또 한 명의 주인공 라자루스 (사무엘 잭슨). 블루스 연주자인 그는 부정한 아내에게 버림받는다. 그녀를 용서하려 했지만, 오히려 남편의 무능력함을 탓하고 떠난 아내탓에 이를 악물고 새출발을 하려는 라자루스. 그는 어느날 아침 길거리에서 혼절해 있는 레이를 발견한다. 동네 사람에게서 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라자루스는 자신의 방법으로 그녀를 돕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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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쇠사슬을 풀어요!

결국 '완전한 사육'식 AV의 인상은 한마디로 낚시다. 농도 짙은 장면이 있지만 대부분은 순간의 컷일 뿐이고,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니는 크리스티나 리치의 몸매가 예쁘긴 하지만, 그 위에 매여진 쇠사슬 덕분에 시퀀스들 역시 코메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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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서있어주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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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루스의 친구이자 편견이 없는 목사 R.L

어떻게 보면 전문적인 치료가 아닌 독단적인 감금을 통해서 생면부지의 사람을 치료하려는 라자루스의 이야기가 무모해보일 수도 있다. 절친한 친구인 R.L 목사의 영향으로 (교회는 안다니는듯 하나) 신에 대한 믿음이 깊은 라자루스의 모습은 첫 인상으로는 크리스천들의 믿음에 대한 조롱같아 뵐 수도 있다.


하지만 브루워는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면서 결코 긴장을 풀지 않는다. 라자루스는 고고한 위치에 있는 치유자가 아니다. 그 역시 치명적인 상처를 안은 사람이기에 오히려 레이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왜 이런 고난이 왔는가'에 대해서 하나님께 다시 되묻고, 레이에게 역시 같은 깨달음을 안겨주려 한다. 라자루스 역시 누군가의 치유와 보듬음을 통해서 자신의 갱생의 길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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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비추는 여인'에 대해 들어봤니?

처음엔 -당연히- 라자루스를 미친 변태 깜둥이로 알았던 레이 역시 라자루스의 진심에 대해 점점 의심을 푼다. 사실상 레이의 '감금 치료'가 그다지 길지는 않다. 오히려 본격적인 부분은 쇠사슬을 벗고 마을로 간 레이가 엄마와의 만남에서 좌절한 뒤, 믿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에 대해 배신당하고 슬퍼하는 장면부터다. 친부로 부터 당한 폭력에 대해 엄마의 위로를 받으려 하는 레이는 오히려 그녀에게 모진 말을 듣고 광분한다. 결국 레이는 라자루스와 R.L이 마련한 술집 파티에서  마음을 풀고 자신의 구원을 직접 찾아야 함을 깨달는다. 라자루스가 이야기한 '빛을 비추는 여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레이. 파티 다음날 그녀는 소파에 앉아서 레이의 기타 연주에 맞춰 찬양인 "이 작은 나의 빛, 비추게 할테야"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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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little Light of Mine.. I'm gonna let it shine.."

물론 라자루스는 외계인이 아니다. 그는 스트레이트인 중년 남자이고 자신의 아픔덕분에 엄한 오지랍이 생겼을 뿐이다. 물론 쇠사슬 초기단계에서 레이는 벗어나기 위해 라자루스를 유혹하고, 라자루스 역시 애써서 유혹을 이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레이와 라자루스의 관계는 점점 부녀의 관계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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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방아쇠를 당기면 영웅이 되고 그녀를 가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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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상처때문에 완전하지 못할거라 생각하는 두 사람.

그냥 기능성 주변인물일줄 알았던 로니 역시 트라우마가 있다. (레이의 경우에 비해서 그 상황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불안한 신경증으로 고생하는 로니. 그는 자신의 사랑으로 레이의 중독증세를 고치려 하고, 그 역시 그녀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잠시동안의 이별이 틀어진 상황으로 괴로워하고 자신과 레이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절정에서 로니와 레이는 '우리가 서로 너무나 깊은 상처가 있기에 같은 길을 갈 수 없을 것이다'라고 잠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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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없이 어쩌죠?" "우리는 언제나 서로에게서 희망을 얻을거란다."

하지만 라자루스와 R.L은 오히려 그들의 상처때문에 서로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처입은 자이기에 치유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웬지 완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로니와 레이는 함께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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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영화의 마지막은 트라우마를 이겨낸 두 남녀의 밝은 발걸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레이의 경우 라자루스의 도움으로 좀 나아졌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불안하다. 게다가 이제 큰 기둥이 되었던 라자루스 역시 곁에 없다.

하지만 완전한 치유가 아닌, 치유를 향한 의지로 영화는 끝난다. 두 눈을 질끈 감은 레이는 머리속의 푹풍이 지나간 다음에 -늘 그랬던 것처럼- 힘들어하는 로니를 등 뒤에서 안고 "이 작은 나의 빛"을 부른다. R.L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의 구원은 결국 하나님과 나 자신의 문제다. 이제는 하나가 된 두 연인이 안고 걸어가야할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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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내가 함께 있으니까... 이제 보이지?"


[허슬 앤 플로우] 때에 비해서 평론이 좀 양분되었다고 한다. 왜일까? [허슬 앤 플로우]보다는 몇배는 좋았던 영환데. 아마 어떤 평론가들은 유쾌한 코메디 내지는 뭔가 이슈가 던져지는 영화를 바랬었을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블랙 스네이크 모운]은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설교조로 가는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섹스신같은 장면들이 그런 흐름에 리듬을 주기 위한 양념이었던 것은 아니냐 - 교훈을 주기 위해 지나치게 왜곡된 당의정을 입힌 것이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을 법하다. 어떤 네티즌 글을 보니 '저럴때 불쌍한 소녀를 병원으로 안데려가고, 저런 감금요법을 쓰는 변태를 착한 사람으로 그리다니 역시 양키놈들 센스다'라고도 하더구만.


그 가운데 리얼리티가 없었다면 나 역시 [블랙 스네이크 모운]에 돌을 던졌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에 영화속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절박하다. 그리고 치유를 갈망하는 만큼 상처가 깊은 - 분명 우리 근처 어디선가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모습이 천박하게 보였다면...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로 모진 장소에 거한 이들의 모습을 보려고 하지도 않고 구원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멀찍이서 그냥 낚시줄만 던지는 방법으로? 그거야말로 낚시 아닌가.

'화끈한 성인영상'을 기대하고 봤다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나왔을 관객들 표정이 예상되는 영화. 하지만 강추다. 러닝타임 내내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 구석도 있으며, 특히나 구원과 갱생에 대한 감동 역시 만만치 않으니까. 아닌 말로 교회에서 단체로 가서 봐도 될 듯. 중간 중간의 야한 장면들과 욕설에 대한 반응은 알아서들 처리하시고.





PS1: 여러모로 블루스 음악은 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다. 그 덕분에 사무엘 잭슨의 노래 실력도 들어볼 수 있다. 크리스티나 리치도 어설프게 한 곡 부른다. 가수 출신인 저스틴 팀버레이크만 안부른다. ㅋ. 팀버레이크 연기는 [Edison]때보다 훨훨 낫다.

PS2: AICN 에서 선정한 2006년 우수영화에서 [판의 미로]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아마 선댄스 영화제때문에 2006년에 미리 본듯) 이 랭킹에서 봉준호의 [괴물]이 5위를 차지했다.

PS3: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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